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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2019. 10] 그분과 함께 먹히는 빵…두렵지 않다.

2020-07-26

예수마음의 사랑이여, 제 마음을 불사르소서를 숨쉬는 것과 같이 반복 반복들숨! 날숨 기도로 마음이라는 곳을 들어가기 시작했다. …

생각이 자꾸 치고 올라왔다. 탐색의 미로 끝에 너무도 엉뚱한 단어가 올라왔다. '인색함!’

깜짝 놀랐다. 인색? 내가 부정할수록 인색함의 단어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내 옳음을 주장하고 내 중심적인 삶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았다. 이 인색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되는 건가. 다시 예수마음기도를 하는데 내 얼굴에 가면이 고무처럼 질기게 붙어 있는 느낌이 왔다.

가면에 이름을 붙이면서 떼어 내기 시작했다. 판단의 가면, 교만의 가면, 무시하는 가면, 두려움의 가면 등등벗고 나니 홀가분한 느낌과

부드러워진 것 같은 얼굴에 온화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 눈을 떠보니 성당 안이 빛으로 가득했다. 안도의 숨과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그동안 들었던 칭찬들도 덕으로, 선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유혹의 가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라는 말씀을 주셨다. 이미 다 포기하고 버렸는데 뭘 더 버리라는 거야. 그렇게 투덜거리며 걷는데깊은 생각 속에서 건강이 떠올랐다. “나에게 무슨 큰 건강을 주셨다고. 요만큼 추스르고 아끼고 사는 건강까지 내 놓으라니 너무 심하십니다. 주님, 요만큼은 있어야 당신을 따르던지 말던지 십자가를 지고 따르던지 하지요. 위로와 빛 충만한 기쁨을 주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도로 다 내 놓으라니요. 억울해요, 난 못해요. 그럼 20%만 남겨주세요. 이만큼은 있어야지요." 타협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십자가와 함께 침묵으로 서 계셨다.

십자가를 지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지는 순간 꼬꾸라져 깔려 죽을 것만 같았다. “주님!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게 해 주세요.” 애원의 기도를 포기하고, “그럼 주님 십자가를 조금만 잘라 주세요하는데 그분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고 크게 다가왔다. ‘내가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고 있구나생각이 들어 그럼 주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 갈 수 있게 용기를 주세요.” 라고 기도하는데 조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할 수 있겠어?, 너 못할 거야라는. 나는 확고히 아니 나는 할 수 있어 할거야하고 대답하고 나니 나와 함께 가자라는 그분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님! 주님께서 앞장 서 주시니 따라가겠습니다. 막상 십자가를 지고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가벼웠다. 부활하기 위해 무덤으로 따라갔지만아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거룩한 단어들로 나를 유혹하는 유혹자야 썩 물러가라! 주 예수께로 가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유혹자는 넘어가기 쉬운 모습으로 오지 않고 교묘하게 속아 넘어가는 내가 좋아할 만한 방법으로 유혹에 빠뜨린다는 것. “주님, 제 열망보다 당신의 높고 크신 열망으로 일치된 사랑과 은총 만을 주소서.” 기도하며 집중했다. 어느 순간 모든 기도가 사라지면서 손 안에 반죽 덩어리가 들어왔다..” 그 반죽은 그분과 내가 완전히 일치가 되어 빵이 되었다. 그 빵을 보는 순간 모든 만물이 숨을 멈춘 듯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그분과 함께 먹히는 빵두렵지 않다. 주님, 지금 이 순간까지 당신이 이끌어 주셨음을 의심없이 믿습니다.

흠숭하올 성삼위여,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김 아가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