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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2018.12]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아라”

2020-07-26

돌아온 탕자의 복음에서 나는 큰 아들의 모습이었다. 평생 아버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온 그에게 행복은 없었다. 오랜 기간 나의 인생의 전반을 나는 큰 아들로 살았었다. 그러나 이번 피정에서 작은 아들의 모습. 아버지의 넉넉함이 마음에 닿았다. 그저 작은 아들이 부럽기만 했었는데 나는 작은 아들의 모습으로 지금 서 있다. 가진 재산을 탕진하고 아버지의 집에 먹을 것과 품꾼들이 많다는 생각에 그저 쥐엄나무 열매라도 먹고 일꾼으로 라도 써 주십사고 아버지를 찾았던 그와 같이 나는 작은 아들이 되었다.

가난, 굶주림, 죽음의 고통 속에서 늘 가진 것이 없다던 허기짐에 허덕이던 나에게 아버지의 집은 먹을 것과 일꾼이 많은 부자였다. 더 이상 아버지는 가난하지 않았고 부자로서 넉넉한 품으로 작은 아들과 큰 아들을 품어 안으신다. 나는 그 품에서 그래도 괜찮아라고 웃으시는 아버지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과 현존을 체험하였다.

사마리아 여인이 목마름의 갈증으로 정오에 우물가를 찾듯이 나에게도 목마름이 있었다. 그러나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 산과 저 산을 넘나들며 예배할 곳을 찾았던 나는 더 이상의 장소도,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시간의 때가 아닌 영과 진리 안에서 더 이상의 죽음도, 굶주림도, 슬픔도, 울부짖음도 없이 새로운 세계로, 세상으로 새롭게 초대하신다. 사마리아 연인이 예수님을 만나고 물동이를 버리고 달려 갔듯이 더 이상의 물동이가 필요하지 않고 내 안에 생명의 물이 샘솟고 있기에 물동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동이인 도구, 수단에 연연하여 살았다. 그러나 내 안에 우물이 있음을 알았기에 그 우물에서 생명의 물을 길어 올리며 살고 싶다.

강의 중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을 찾아라라는 베트남 추기경님의 말씀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그동안 하느님의 일에만 온 마음과 몸을 다 바쳐 전념하였다. 그러나 하느님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피정을 통하여 볼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길은 하느님을 찾는 것이라는 배움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하느님을 찾을 때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때 행복하다는 예수님 말씀처럼 보여지는 집착, 인정 들을 놓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으로 아브라함이 길을 떠나듯 나도 새로운 부르심의 길을 떠나련다.  (최 세실리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