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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2020.7.15~23] '이런 것이 진정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힐링이 아닐까!'

2020-08-01

유년 시절에 겪었던 상처와 그 상처로 인해 저질렀던 잘못으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 한 자신을 감추며 의식 속에 가둬두고 기억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던 일이,  피정 둘째날 오후,  성체조배시간에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터져나와 몸이 떨릴만큼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렸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난 후 두 가지 생각이 교차되며 서로 싸웠다.

 하나는, '직장도 잃고 심신도 지쳐서 쉬려고 피정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밖에  나가자! 짐싸서 집에 가 술 한잔하고 잠들면 모두 잊을 수 잇을거야.' 는 생각

 다른 하나는, '내가 죄를 짓고 이렇게 죄책감 때문에 고통 받을 수 있는 것도 하느님 편에 서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은총이다. 참아보고, 내일 아침에 면담해서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오고갔다.  ​

나중에는 공포심이 들어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고, 다음 날에 면담 시간에 수녀님께  말을 꺼내는 순간에 눈물이 쏟아졌고, 순간 "아, 나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내가 저질렀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사람들과 복잡했던 나의 유년 시절을 지향으로 기도하며 용서를 구했고 보속을 청했지만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고, '이 죄책감 때문에 평생 이 짐을 떠안고 살아야하는 것이 내 보속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 마음으로 기도를 하던 중에 울고 있는 유년시절의 나를 만났고, 지금의 나 또한 눈물이 났다.

그러다가 "괜찮아"하고 말했다.

 '잘못한 건 사실이나 너는 너무 어리고 약했으니까 상처를 받았던 것이고,

부모님이 무서워 말을 못하고 감춰 두었다가 그게 병이 되어 저지른 잘못이니 이해한다'고 말했다.

내 스스로 상처입고 울고 있는 어린 나를 위로하였고, 고해 성사를 보았다.

고해 성사 이후에 얼마만에 편안한 숙면을 취했는지 모른다. '이런 것이 진정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힐링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