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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2020.8.5~9] 조금만 눈을 돌리면 ...

2020-08-25

어릴 적,  8살 때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상실감과 큰 그리움.

엄마의 부재로 시작된 가정 생활의 변화. 그때부터 시작된 씻을 수 없는 아동기 경험. 

그 경험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 나는 사실 형편없고, 보잘 것 없고, 더럽기 때문에-  더욱 더 나를 채찍질하여 나에게 더 가혹하게, 더 완벽하게, 

더 예쁘고 멀쩡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 그 어떤 지식으로도, 어떤 물건으로도, 어떤 선물과 위로의 말로도 채워지지 않는. ...

 오히려 더욱 더 공허하고 우울하고 더 깊고 슬픈 어둠 속으로 침잠해가며 편안히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4박5일의 여정을 이 작은 종이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꿈에라도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던 엄마와 단 둘이 마음껏 만났습니다. 8살의 나와 40살의 엄마가 만날 수 있게 해 주었고, 남편과 어린 아들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엄마 마음도 달래주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간 내가 걱정했던 바와 달리  괜찮으시고, 항상 나와 함께 한다는 것 압니다. ​

 

정말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아동기 경험. 그 대상도 직면하였고, 그때에는 힘이 없고 저항할 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빴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네 잘못이 아니야.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 이제 괜찮아. 너를 질책해서 미안해."하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그토록 질책했던 저 자신의 목소리 ! 너무 무섭고 잔인하기까지 한 저의 초자아와도 ...   하느님은 그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하시는 "나"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나를 해치고 아프게 하고 생명의 불씨를 꺼뜨리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


그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면,

저는 제가 하느님께 받은 것보다는 저를 아프고 슬프게 한 경험에만 집중하고, 그것만 바라보고 부들부들 치를 떨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주님은 그 동안도 어떻게든 제가 숨 쉬기를, 생명을 이어가기를 바라시며 제게 끊임없는 사랑을 주셨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조금 더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렵니다.


"나는 하느님이 그 어떤 민족과도, 이집트와도 바꿀 수 있을만큼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딸이지 !"(이사야 43, 1~7)           (안 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