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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2020. 9. 30 -10. 31] 조건 없이 사랑해주시는 영원하신 하느님

2020-12-31

 

 

이곳 예수마음배움터로 부르심을 받은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

신학교를 쉬게 되어 학교신부님들과 본당 신부님의 권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기대반 두려움 반으로 동기 신학생들과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렇게 30일의 피정이 시작되었다.

 

신학교에서 꾸준히 영성면담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늘려왔다.

그런 나에게도 내가 회피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이 존재했다.

 

오랫동안 회피해온 나의 모습일부를 개별동반 첫날 면담 수녀님께 털어 놓았다.

그렇게 피정 중 나의 첫번째 과업은

회피하고 인정하기 싫었고 두려워했던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기도 시간에는 예수마음의 사랑이여, 제 마음을 불사르소서를 반복하면서 하느님을 만나려고 애썼다

기도 후반에는 불사르소서가 발음이 잘 안되서 기도 중 분심이 들기도 했다.

기도 시간 외에는 근처 공원에 나가 산책을 했다. 이때 분신이 심했는데, 특히 회피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공원을 걷다가 자기 연민에 푹 빠지기도 하고 굉장한 슬픔이 밀려올 때면 눈물이 났다.

감정적으로 들쑥날쑥한 매움 힘든 시기는 지속되었고 차츰 인정하기 싫었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계속해서 예수님께 집중했고 하느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피정 시작한지 2주 가까이 되었을 때 오전 기도 중에 이제 좀 쉬어라라는 내적 음성이 들렸다.

그리고 경직되어 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풀리는 것을 경험하였고, 하느님에게서 위로를 느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기도 중에 또 다시 내적 음성이 들렸다

너는 잘 했다지금 이 순간까지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았고 한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하느님께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큰 위로를 받았다

이어서 오전 기도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의 어린시절 모습이 떠오르더니 하느님의 큰 두 눈동자를 보았다

그것은 창조주 하느님의 눈으로 그 눈매는 나의 온 존재를 관통하고 계시고 창조되기 전과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바라보시는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눈이었다

그 순간 나는 너를 영원한 사랑으로 사랑하였다. 그리하여 너에게 한결같이 자애를 베풀었다라는 예레미야 31,3 말씀이 떠올랐다

그 순간 멈출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하느님께서 나를 얼마나 조건없이 사랑하시는지 마음으로 깊이 깨달았다

 

내가 만난 하느님은 영원한 사랑의 하느님이었다

그렇게 하느님을 만나고 나니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물론 하느님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내가 회피하고 있었던 모습을 하느님께서 모두 알고 계시고 그것까지 사랑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홍 사도요한)